[모이] 사직서를 던지고 세계여행을 떠나다

[모이] 사직서를 던지고 세계여행을 떠나다

인천공항. 친구가 남겨준 출발하는 날의 사진
▲  인천공항. 친구가 남겨준 출발하는 날의 사진
ⓒ 최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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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800만 원, 열두 달이라면 한 달에 66만 원. 더 쓰는 나라도 덜 쓰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은 월급을 털어 떠나는 여행이니 중간에 여비가 모자라지 않도록 최대한 아껴 쓰며 다니려고 한다. 자본주의 지구촌 사회에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니까. 도스토옙스키가(Dostoevskii) '돈은 주조된 자유'라고 했다던가. 돈에 얽매이기 싫기 때문에 되도록 적게 소비하고 적은 임금 노동을 하며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행에서도 자유로운 시간을 위해 여비를 줄여 보려 한다. 

1.8kg 소형 텐트와 텐트 밑에 깔 김장용 비닐 2m, 침낭을 챙겼다. 여차하면 노숙이다. 나는 체력이 좋지는 않아서 텐트를 챙긴 대신 다른 짐을 줄였다. 바지 두 개, 셔츠 두 개, 한 벌은 입고 한 벌은 손으로 빨아서 말리면 된다.

한 달에 한 번 여행기를 쓰고,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여행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카메라, 삼각대, 마이크까지 넣은 가방 무게는 13kg. 옷가지와 팬티 두 장에 붙은 상표까지 잘라냈으니 이게 최소한이지만 그래도 무겁다.

4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준비했다. 어린 시절 지구본을 돌려 볼 때부터, 오랫동안 세계 여행을 꿈꿨지만 돈이 없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뤄온 여행이다. 2012년 10개월 동안 중국에서 인도까지 아시아 여덟 개 나라를 여행했고 이번이 두 번째 장기 배낭여행이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라비아로, 되도록 육로를 통해서 많은 나라를 지나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정으로 일 년 이상의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그레이하운드 정류장에서의 노숙
▲  그레이하운드 정류장에서의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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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1일, 고대하던 출발일.

"얼어붙고 찜통이 되지만 수년 동안 정들었던 달동네 옥탑방아, 안녕. 서울의 미세먼지와 지옥철도 당분간 안녕히. 나는 세계로 떠난다."

아메리카는 미국 땅? 노노해!

태평양을 건너는 중국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 가격은 35만 원이었다. 한미 FTA 이후로 까다로웠던 미국 입국 절차가 수월해졌다고 들었는데 인천공항에서부터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미국 입국 시 왕복 항공권 또는 '제3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소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34일 후에 쿠바로 가는 비행기 티켓과 이후 멕시코로 가는 티켓도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미국 애들이 인근 국가나 남미 국가들은 제3국으로 인정을 안 해요. 아예 다른 대륙으로 가는 티켓이 필요해요. 쿠바랑 멕시코 티켓은 소용없네요."

항공사 직원의 설명에 엄청나게 당황했다. 비행기를 못 타거나 미국까지 갔다가 바로 송환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아메리카 전체 대륙이 자기네 땅이라는 건지, 국외자의 방문을 왜 그렇게 까다롭게 규제하는지, 강대국이랍시고 하는 깡패짓이라고 생각되어 화가 났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여행을 취소할 수는 없기에 급하게 남미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기간 변경이 가능한 저가 항공 티켓을 샀다.

샌프란시스코 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요세미티 계곡 요세미티 포인트. 점심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는 필자 왼편으로 거대한 화강암 하프돔이 보인다. 하프돔 바위에는 인디언의 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  샌프란시스코 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요세미티 계곡 요세미티 포인트. 점심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는 필자 왼편으로 거대한 화강암 하프돔이 보인다. 하프돔 바위에는 인디언의 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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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맥도날드의 나라, 세계대전 이후 줄곧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사실 내가 가고 싶었던 나라는 아니었다. 돈 없으면 비자 받기도 어렵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고, 비싸고,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전쟁을 벌인 나라이며, 총기사고도 많고 빈부격차도 심한 나라라는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부터 가고 싶었던 중남미로 가는 직항 비행기들은 무척 비쌌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한 미국 서부부터 동부로, 아메리카대륙 횡단부터 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길 위에서>를 쓴 잭 케루악처럼, 수많은 히피와 비트 세대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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