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싱크대 촌티 벗겨준 시트지, 요놈 물건이네

misyus 0 619 2017.02.20 07:44

[도전! 홈스타일링] 셀프 인테리어의 만능 치트키, 시트지 


남편과 아이들 모두 회사와 학교로 떠나고 난 뒤, 겨우 커피 마실 짬이 났다.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있던 찰나, 부엌 한 켠에 자리잡은 냉장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0년 전에 살 때는 분명히 세련된 디자인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촌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장이라도 나야 바꿀 수 있을텐데, 야속하게도 냉장고는 여전히 튼튼하다.

아내와 둘이 뼈빠지게 벌어 드디어 결혼 10년만에 내 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였다. 이전 집주인이 짐을 빼자 집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부랴부랴 집을 뜯어고쳤지만, 싱크대까지 새로 짜맞추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 집안 전체적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는데다,어떻게 이런 색 조합을 생각해 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촌스러운 무늬의 냉장고, 싱크대는 이제 가라. 누가 봐도 새로 산 것처럼, 새로 산 것 같지만 그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나만의 취향으로 냉장고와 싱크대를 탈바꿈 시킬 수 있다. 큰 돈이 필요없다. 여기 셀프 인테리어의 만능 치트키, 시트지를 소개한다.

시트지는 가격도 저렴하고 시공 방법이 간편해 셀프 인테리어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박소현씨 제공

 촌스러운 꽃무늬 냉장고, 시트지  장으로 화려한 변신

올해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서연씨는 지난해 10월 신혼집에 먼저 입주하게 됐다. 박 씨는 쓰고있던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신혼집으로 가지고 왔다.

새로운 집은 블랙 앤 화이트 컨셉이었지만, 냉장고는 분홍색 꽃무늬가 그려져 있어 어울리지 않았다. 아일랜드 식탁은 온통 흰 색이라 밋밋했다. 혼자 살 때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던 박 씨는 시트지만을 이용해 냉장고와 식탁을 180도 변신시켰다.

박씨는 “냉장고의 경우 문에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부분과 간단한 음료 등을 넣어둘 수 있는 홈바가 있어 시트지 작업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시트지를 위에서부터 쭉 붙여 내려오다 홈이 패여있는 부분에서 정확히 칼집을 내주면 깔끔하게 붙일 수 있다”고 했다.

시트지를 구매할 경우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헤라(밀대)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헤라는 시트지를 붙일 때 생기는 기포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걱이다. 박씨는 “대부분의 무료 헤라는 플라스틱이다 보니 힘 조절에 실패하면 시트지가 찢어질 수 있다”며 “시중에 파는 양모 헤라를 따로 구매해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박서연씨는 집안 분위기에 맞춰 냉장고, 김치냉장고, 아일랜드 식탁에 검은색 시트지를 붙였다. 왼쪽은 시트지를 붙이기 전, 오른쪽은 시트지를 붙이고 난 뒤의 모습. /박서연씨 제공

박씨처럼 셀프 인테리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도 가능하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이창희씨 역시 시트지를 이용한 냉장고 리폼에 성공했다. 이씨는 “홈바의 손잡이 부분은 나사를 풀어 해체한 뒤 시트지 사이즈를 재단하고, 다시 붙여주면 편리하다”고 했다.

냉장고 로고도 다시 붙여줘야 한다. 로고 뒤에 커터칼을 집어넣으면 깔끔하게 떨어진다. 이씨는 “양면테이프로 먼저 로고 위치를 잡아준 뒤 글루건으로 붙이면 좋다”며 “처음부터 글루건으로 붙일 경우 잘못 붙이면 시트지에 상처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박씨는 “형님이 냉장고를 사주신다고 했었는데, 제가 리폼한 걸 보시더니 훨씬 센스있게 잘 준비했다고 칭찬하시더라”며 “반상회에도 집안을 잘 꾸몄다는 소문이 나서 요즘 이웃 주민들이 저희 집에 종종 구경하러 온다”고 했다.

냉장고에 시트지를 붙일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홈바와 디스플레이다. 나사로 해체할 수 있는 부분은 해체하고 작업해야 한다. /이창희씨 제공

 어두운 싱크대가 싫다면 시트지 한장으로 화사하고 밝게

지난해 3월 결혼한 임혜진씨는 적갈색의 어두운 싱크대가 신혼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편 도움 없이 싱크대에 시트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싱크대는 문이 모두 직사각형이라 냉장고보다는 쉬워보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싱크대 문을 모두 해체해 바닥에 내려놓은 뒤 시트지 사이즈를 재단하는 것이 편리하다.

임씨는 “문짝마다 번호를 매겨두고 그에 맞게 재단한 시트지에도 번호를 매겨둔 뒤, 매칭하는 식으로 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무 생각 없이 치수만 재뒀다가는 일이 번거로워진다. 임씨 역시 “처음엔 그냥 잘라만 두고 시작했다가 문짝에 맞는 시트지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했다. 다 붙이고 난 뒤 기포가 생겼을 땐 바늘로 작게 구멍을 낸 뒤 헤라로 밀어주면 된다.

임씨는 “어두운 싱크대를 밝은 색으로 바꿔주니 부엌 자체가 넓어보인다”며 “원래 이런 싱크대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잘 됐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혜진씨는 적갈색의 싱크대(왼쪽)를 시트지를 이용해 화사한 라이트 그레이 싱크대(오른쪽)로 변신시켰다. /임혜진씨 제공

 창문이 허전하다면 망입유리 시트지로 고급스럽게

경기도 화성에 사는 박소현씨는 중학교 교사다. 내 집 마련이 꿈이었던 박씨는 10년 교직 생활 끝에 25평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집안 전체적으로 인테리어를 손봤지만, 주방 옆 세탁실은 인테리어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 제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세탁실 출입문의 투명유리가 휑해보여 조치가 필요했다.

박씨는 “블라인드나 패브릭 포스터를 설치해볼까도 고민했지만, 출입할 때 번거로울 것 같았다”며 “고급스런 분위기를 내는 망입 유리 시트지가 경제적이고 효과도 클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시트지를 붙이고 나면 헤라를 이용해 기포를 제거해야 한다. /박소현씨 제공

먼저 창문 사이즈를 잰 뒤 창문 크기보다 조금 크게 시트지를 오려낸다. 시트지를 창문보다 좀 더 크게 오려내면 딱 맞춰을 때보다 실패 확률이 적다.

다음엔 주방세제를 약간 섞은 물을 분무기에 담아 창문에 뿌리고, 재단해 둔 시트지의 접착면을 떼어 대략적인 위치를 잡고 붙여준다. 물이 뿌려져 있어 시트지가 딱 붙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치를 잡기 편리하다. 이제 헤라를 가운데에서 바깥 방향으로 밀어준다. 물을 빼준다는 느낌으로 꼼꼼히 반복하면 기포 없이 시트지가 잘 붙는다. 자투리 시트지는 칼로 잘라준다.

박씨는 “재단하거나 말려있는 시트지를 펼칠 때 시트지가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구겨진 시트지를 쓰면 그 부분에 기포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망입유리 시트지를 붙인 세탁실 출입문. 고급스런 분위기가 난다. /박소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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