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뉴욕타임스도 주목한 한국 모자… 미국 야구모자 시장 70% 장악

스와로브스키는 모조 큐빅 하나로 세계를 평정했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 이 회사는 주얼리와 장식으로 전 세계 패션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패션 시장에서 승자가 된 이들이 있다. 남다른 기술과 전문성으로 한국의 스타일을 세계에 알린 숨은 강자들을 알아보자. [편집자 주]


품질과 디자인으로 ‘모자왕국’ 위상 떨쳐
기술 특허만 500여 개, 경쟁업체보다 30% 비싼 값에도 인기
스포츠 팬 모자부터 명품까지… 야구모자 전성시대, 한국 모자 활약 기대

야구모자를 쓰는 미국인 70%가 한국 업체가 만든 모자를 쓴다. 한국의 야구모자는 남다른 품질과 기술로 미국 스포츠 모자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사진=플렉스핏
 야구모자를 쓰는 미국인 70%가 한국 업체가 만든 모자를 쓴다. 한국의 야구모자는 남다른 품질과 기술로 미국 스포츠 모자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사진=플렉스핏
미국인들은 평균 6개의 스포츠 캡(Sports cap∙운동모자)을 갖고 있다. 미국 인구가 3억2천만 명이 넘으니, 어림잡아도 18억 개다. 다양한 모자 가운데 야구모자 형태의 스포츠 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모자를 쓰거나 수집하는 걸 즐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처럼 모자를 좋아하는 나라는 없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인들이 쓰는 야구모자 가운데 70%가 한국 업체가 만든 모자라는 것이다. 한국의 야구모자는 남다른 품질과 기술로 미국 스포츠 모자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 뉴욕타임즈도 주목한 한국모자… MLB∙NBA∙NHL 등 美 프로 스포츠 시장 석권

아디다스, 리복, 나이키, 갭, 슈프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 모자를 판매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라는 것.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미국 4대 프로 스포츠인 MLB(미국 프로야구리그), NBA(미국 프로농구리그), NFL(미식축구리그), NHL(미국 아이스하키리그)의 거의 모든 팀의 모자가 한국인의 손에서 나왔다.

영안모자는 1959년 청계천의 작은 노점 가게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의 모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LA다저스에 팬 서비스용 모자를 독점 납품한 이후 미식축구와 농구, 하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지금은 연간 1200만 개의 스포츠 모자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 모자의 라이선스도 이 회사가 갖고 있다.

야구모자 외에도 다양한 모자를 생산해 연간 1억 개 이상의 모자를 전 세계에 수출한다. 한때 전 세계 모자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할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이후 사업 다각화에 성공해 세계적인 지게차 회사인 클라크와 대우버스, OBS(경인방송) 등을 계열사로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쓴 나이키 의 골프 모자는 유풍의 플렉스핏 제품이다.
 미국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쓴 나이키 의 골프 모자는 유풍의 플렉스핏 제품이다.
1974년 설립된 유풍은 나이키,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비롯해 스투시, 슈프림 등 스트리트 브랜드의 스냅백을 만들어 수출한다. 한때 패러디 모자로 인기를 누린 꼼 데 퍽다운(Comme des Fuckdown)의 스냅백도 이 회사가 만들었다. 모자 사업만 올인한 것이 이 회사의 강점. 유풍은 지난해 매출 약 2568억 원, 순이익 약 319억 원을 거뒀다. 매출 규모로는 국내 모자 업체 중 최대 규모다.

다다씨앤씨는 1976년 재봉틀 다섯 대로 창업한 이래 현재 5개국, 13개 공장에서 모자를 생산하는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연간 6천 만개, 금액으로는 1억 달러어치 이상의 모자를 해외에 수출한다. 특히 스포츠 모자 시장 분야에서 45%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다다씨앤씨가 스포츠 모자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0년대다. 당시만 해도 모자의 로고는 염료로 프린트를 하거나 봉제 공장에 하청을 줘 자수를 놓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회사는 대당 1억 원이 넘는 컴퓨터 자수기 100대를 사 직접 로고 자수를 새겨 품질과 속도 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121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0년에 창업한 PNG는 앞선 회사들보다 한참이나 후발주자지만, 스포츠 모자 분야서는 탄탄한 실력을 갖춘 회사다. 특히 미국 MLB 챔피언 시리즈 경기에 공급한 야구 모자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이후, 2003년 뉴욕타임스에 고호성 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 차별화된 특허 기술로 고급 모자 시장 장악

중국의 저가 공세에도 국내 모자업체들이 수 십 년간 세계 시장을 석권한 비결은 디자인과 품질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끊임없는 R&D와 투자로 품질을 높였고, 그 결과 하청업체가 아닌 모자 전문업체로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구단에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풍과 다다씨앤씨 경우 전체 직원의 25%를 디자인 개발 인력으로 두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한해 개발하는 모자 스타일만도 연간 1천 개 이상이다.

유풍의 모자 제작 전경/사진=무신사
 유풍의 모자 제작 전경/사진=무신사
기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풍은 ‘플렉스핏(FLEXFIT)’이라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상품 가치를 높였다. 뒷고리를 없애고 탄성이 있는 원단을 사용해 머리 크기에 상관없이 모자가 고정되도록 한 것이다. 듀폰의 라이크라, 고어 사의 발수 소재 고어텍스처럼 기술을 브랜드화한 것. 타이거 우즈 모자의 정식 명칭도 ‘타이거우즈 플렉스핏 캡’이다. 이런 기술관리 덕에 유풍의 모자는 경쟁 제품보다 30% 정도 비싼 값이 팔린다.

2003년에는 미국 모자업체 KC캡스가 플렉스핏을 도용해 유사상품을 만들어 특허권 소송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미국 회사를 상대로 특허권 소송에서 승리한 첫 번째 사례로, 미국 내 한국 모자의 위상을 높인 계기가 됐다.

다다씨앤씨도 보유한 기술 특허가 500여 개다. 끈을 조정하지 않아도 머리 크기에 맞춰 모자 크기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플렉스 캡 기술은 한 미국 업체가 65만 달러의 로열티를 내고 기술을 사 갔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모자 선두업체들은 모두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전략을 짰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지난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무대가 세계다. 난 모자쟁이인데도 5000만 한국 시장 생각 안 하고 70억 세계시장을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 야구모자 전성시대, 한국 모자 활약 기대

최근 길거리 패션 열풍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야구모자를 주요 액세서리로 내놓고 있다. 사진은 버버리의 2017년 가을 남성 패션쇼 모습/사진=버버리
 최근 길거리 패션 열풍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야구모자를 주요 액세서리로 내놓고 있다. 사진은 버버리의 2017년 가을 남성 패션쇼 모습/사진=버버리
장기화한 경기침체에도 모자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억 개 이상의 모자가 판매되며, 2018년 말까지 약 71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BIS World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모자 매출은 연평균 3.2%씩 늘어 2019년까지 약 24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야구모자는 스포츠용은 물론 힙합 뮤지션과 스트리트 패션을 위한 액세서리로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국내 시장에서도 MLB, 햇츠온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모자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루이비통, 버버리 등 명품 업체들이 야구모자를 핵심 액세서리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야구모자에 강점을 지닌 국내 모자 업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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