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車 지배하면 공장 해외 옮길 것"

관리자 0 6 05.20 10:23

"엘리엇, 현대車 지배하면 공장 해외 옮길 것" 

엘리엇 11년 동안 추적한 美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
 

그레그 팰러스트는 “현대차가 엘리엇 지배하에 놓이면 한국 내 고용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팰러스트는 “현대차가 엘리엇 지배하에 놓이면 한국 내 고용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팰러스트

"만약 엘리엇이 현대차를 지배한다면, 노조를 없애고 공장을 한국 밖으로 옮길 겁니다."

엘리엇을 11년간 추적해온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66)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폴 싱어(엘리엇 회장)의 펀드처럼 무자비한 펀드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자본과 정치권의 유착 관계 등을 파헤쳐왔다. 저서 '벌처스 피크닉' '빌리어네어&밸럿밴디츠(억만장자와 표 도둑)'에는 엘리엇의 투자가 어떻게 아르헨티나를 부도에 이르게 하고, 콩고의 어린이들이 마실 물까지 빼앗았는지가 나온다. 엘리엇은 2001년 부도 위기의 아르헨티나 국채에 1억달러를 투자해 각종 소송으로 2016년 24억달러를 받아냈고, 2008년 콩고 국채에 투자해 콩고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금까지 받아갔다.

그는 엘리엇을 행동주의 펀드가 아니라 '벌처 펀드(Vulture Fund)'라고 부른다. 시체를 뜯어 먹는 독수리처럼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는 의미다.

팰러스트에게 최근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을 반대하며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폴 싱어의 관심은 오로지 최대한 빨리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미국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델파이 사례를 잘 봐야 한다. 현대차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팰러스트에 따르면, 폴 싱어와 그의 파트너는 2009년 위기에 처한 델파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지분 18% 매입)한 뒤 노조를 없애고 3만5000명의 일자리를 중국 등으로 옮겼고, 직원 연금을 없앴다. 2012년 미국·캐나다에 있던 45개 공장은 4개로 줄었고, 1500명의 시간제 근로자만 남았다. 그들이 7000억원을 투자한 지분 가치는 1년 만에 1조원이 불었다.

팰러스트는 "폴 싱어는 노조와 고임금 인력의 고용 보장을 극도로 경멸한다"며 "엘리엇이 현대차를 지배하면 공장을 중국·베트남 등으로 옮기고 노조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싱어는 한 나라나 기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공동체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했다.

팰러스트는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 2016년 삼성전자에 이어 최근 현대차를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 "폴 싱어는 한국의 '재벌'이라는 아주 매혹적인 사냥감을 발견했다"며 "한국 대기업은 현금이 많고 정부의 보호를 받는 동시에 부정부패로 자주 거론된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한국 내 재벌에 대한 비판과 반재벌 정서를 적절히 활용해 명분 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명확히 짚은 것이다.

그는 "물론 소수 독재 방식의 기업 경영은 좀 더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부정부패는 사라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재벌은 양질의 고용을 유지하면서 한국 경제와 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할 필요는 없다. 그건 단지 주주 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엘리엇 스탠더드'에 가깝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제조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가 폴 싱어가 공장을 장악한 뒤 어떻게 됐는지를 보세요. 절망적인 대량 실업과 흉물스러운 빈집, 부도난 도시가 바로 그 결과였습니다."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찬성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7000억원대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추진하는 데 대해 팰러스트 기자는 "폴 싱어는 변호사 출신으로 각종 소송으로 상대의 뒤통수 치는 것을 좋아한다"며 "당시 한국 정부는 한국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와 경제를 폴 싱어로부터 지키고 싶으면, 이런 사실을 많이 알려야 한다"며 "한국의 주주들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자격이 있지만, 한국 정부 역시 한국 경제와 고용을 지켜낼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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