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유재석, 그게 지금의 <무한도전>... 그러나"

[인터뷰] '무한상사' 총지휘한 장항준 감독... 그가 영화에 녹인 복안들

이선필(thebasis3)편집김윤정(cascade) 

 

 

IE002013890_STD.jpg

<2016 무한상사>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왼쪽). 우측에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 김혜수가 보인다.ⓒ MBC


한 편의 영화가 2주에 걸쳐 끝났다. MBC <무한도전> 내 특집인 '무한상사'를 두고 시청자들의 평은 다양했고, 그만큼 해당 프로의 영향력을 또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일 2편까지 방영된 '무한상사'는 생각보다 진지했고, 무거웠지만 동시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법한 스타 배우들의 출연은 큰 즐거움이었으나 허투루 즐길 수만은 없었다. 틈새마다 제작진이 상징적인 코드를 심어놨다는 정황이 강했기 때문이다. 유 부장을 비롯한 회사 구성원들의 잇따른 의문의 사고가 재벌 권력의 의도된 계획임을 밝히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묘사됐다. 이 자체만 봐도 그냥 넘길 수많은 없는 설정이다.

<오마이스타>는 12일 장항준 감독을 유선 상으로 만났다. 김은희 작가와 함께 이번 '무한상사'를 총 지휘한 인물이다. 장항준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무한상사'는, 작게는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의 현 상태, 나아가 한국 사회에 대한 비유였다.

정형돈의 깜짝 등장

IE002019556_STD.jpg

<무한도전> '무한상사'에 깜짝 등장한 정형돈.ⓒ MBC


혼수상태에 빠진 유 부장 곁에 등장한 정형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항준 감독은 "처음부터 정형돈의 등장을 생각"했다. 

"일종의 번외편이잖나. 무한상사 직원들의 꿈같은 이야기이다. 꿈에서라도 잠시나마 무한도전 멤버들이 완전체일 수 있길 바랐다. 이 부분은 김태호 PD나 <무한도전> 제작진 입장에선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정형돈씨를 섭외하고 싶다고 미리 김태호 PD에게 말을 드렸고, 직접 만났다. (활동 중단 이후)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거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돈씨도 관심 있어 하더라.

작별인사든 안부를 전하든, '다들 잘 지내죠? 저도 잘 지내요' 이런 느낌이었다. 그간 직접 인사를 전한 적이 없지 않나. 김은희 작가가 쓴 대사에도 그런 마음이 담겼다."

IE002019733_STD.jpg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에서 유 부장(유재석)은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음모에 빠져 교통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다.ⓒ MBC


누워 있는 유 부장 설정과 함께 무한상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무한도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유재석씨가 병상에 누운 장면도 <무한도전>을 은유한 거다. 지금의 <무한도전>이 힘든 상황이지 않나. 멤버들도 하나 둘 나가서 나머지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걸 먼 발 치에서 바라보는 형돈이가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장항준 감독은 '무한상사' 참여 자체를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다. 몇 번 거절하긴 했지만 오래 알고 지낸 영화 제작자 장원석 대표와 <무한도전>의 팬인 아내 김은희 작가의 거듭된 설득에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영화 연출을 꽤 쉬었기에 "오랜만에 현장감을 익히자"는 장 대표의 말이 주효했다.

<무한도전> 주역들과 카메오들의 조합

IE002013897_STD.jpg

<2016 무한상사>의 한 장면.ⓒ MBC


그래서 지금의 무한상사가 나올 수 있었다. 곧 촬영에 들어갈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에 한창이던 장항준 감독은 "금방 끝날 수 있을 줄 알았던 '무한상사' 작업이 꽤 걸렸다"고 말했다. 처음 제안을 받은 게 지난 5월이었고, 마지막 촬영을 8월 말에 끝냈다. 웬만한 장편 상업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기간이다. 하지만 제작 여건은 빠듯했다. 장 감독은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일 수 있는 때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였다, 촬영하면서 서로 다른 스케줄 때문에 가장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김혜수, 이제훈, 쿠니무라 준 등) 카메오 배우들 일정도 맞아야 하고, 다들 바쁜 분들인데 <무한도전> 멤버들 일정에 일방적으로 맞춰달라 할 수도 없잖나. 그런 게 가장 힘들었다. 카메오들과 멤버들 시간을 맞춰놓으면 미리 섭외된 장소가 또 안돼서 난감한 적도 있었다. 또 낮에 찍어야 할 장면을 밤에 찍은 적도 여럿 있다. 찍기 편한 환경은 아니었지(웃음)."

톱스타를 비롯해 <곡성>에서 얼굴을 알린 쿠니무라 준 등 여러 카메오를 섭외한 건 순전히 시청자를 위한 배려였다. "본편에 등장한 이들 보다 훨씬 다양한 배우들 섭외도 생각했었다"고 장항준 감독이 운을 뗐다.

"<무한도전>이 종종 스포일러가 유출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우리끼리 보안을 잘 지키면 된다 생각했는데 방송 전에 카메오가 다 알려져서 아쉬웠다. 시청자 분들이 더 즐길 수 있게 배우들을 섭외하고 싶었다. 쿠니무라 준이야 <곡성> 등에 나왔고 현재 가장 뜨거운 일본 배우라 생각해서 공을 들였다. 권지용씨는 이전 '무한상사'에 출연도 했고, 역시 시청자들이 즐거워할 거라 생각했다. 다른 이를 생각할 게 없었지. 

(김혜수, 이제훈 등과 드라마 <시그널>에 나온) 조진웅씨도 당연히 섭외 요청을 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이 겹쳐서 시간을 낼 수가 없더라. 우리가 여유가 되면 그쪽에 맞추면 되는데 우리 역시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배우 분들이 <무한도전>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나중엔 카메오 분들이 이 현장과 너무 안 맞을 수도 있기에 추가로 섭외는 안 하고 전문 단역 배우를 쓴 거다. 또 우리가 애를 써서 섭외해봤자 언론에 금세 알려질 거란 생각도 있었다."

결말에 대한 해석, 그리고 김태호

IE002019547_STD.jpg

<2016 무한상사> 촬영 현장 모습.ⓒ MBC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3일 첫 번째 편 첫 시퀀스에서 등장한 대사다. 미상의 인물들에게 쫓기다 사고를 당한 유 부장(유재석 분)의 내레이션이다. 이후 이어진 장면은 각종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멤버들의 한탄이다. 앞서 언급한 <무한도전> 자체의 현실과 함께 재벌 중심의 한국 사회를 염두한 대사기도 하다. 

재벌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은 '무한상사'의 결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모든 사건의 배후가 권 전무(권지용 분)임이 밝혀졌고, 남겨진 126억 원이란 비자금을 불특정 다수에게 나누며 "그래도 아직 세상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독백하는 유재석의 모습이 너무 착한 것 아니냐는 비판 또한 있었다.

"재벌 문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관심이 있을 거다. 어려서부터 사회운동에 참여하기도 했고.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결말은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던 거 같다. 어차피 재벌 1세가 없어져도 2세 3세는 계속 나오지 않나. 또 다른 방식으로 비자금을 먹고 그러 텐데. 유 부장이 그 돈을 갖고 튀면 그도 나쁜 놈이 되지. 영화라면 모를까 TV는 그 결말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권선징악이 그래도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한상사에 나오는 사람들은 능력이 조금 부족하고 나약할지언정 마지막 양심은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게 바로 '무한상사'의 가치라 생각했다." 

인터뷰 말미, 장항준 감독은 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김태호 PD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음을 전했다. 장 감독은 "영화인들이 (관계 당국에) 바라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가치를 지켰다"며 "우리 모두가 놀랄 정도로 김태호 PD는 간섭을 완벽히 안 했다,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또한 우리 모두, 특히 문화를 두고 권력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 아닐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s